2025. 4. 9. 07:42ㆍ카테고리 없음
다시 손 내미는 어둠

감옥에서 나와 세상에 발을 딛었을 때
나는 다짐했었다.
두 번 다시 어둠의 세계로 돌아가지 않겠다고.
사람답게 살겠다고.
하지만 세상은
그렇게 쉽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.
나를 기다리는 건
취업 문턱도, 반기는 가족도 아니었다.
그저
“어디서 무엇을 했든 상관없다”는
낯익은 얼굴들과의 재회였다.
그 형님들이
말 없이 다가와
어깨를 툭툭 쳤다.
“잘 나왔네.
이제 다시 같이 해보자.”
그 말 한마디에
내 안의 어딘가가 또 흔들렸다.
나는 안다.
그 손을 잡으면
돈은 빠르게 돌아온다는 걸.
몸 쓰는 일 안 해도 되고,
사람들 눈치 안 보고
당장 숨통은 트인다는 걸.
그런데도
그게 얼마나 깊은 수렁인지
나는 뼈저리게 알고 있었다.
그래서 한참을 망설였다.
밤마다 생각했다.
“나는 지금
다시 그 길로 들어가는 건가.”
“지금 또다시 무너지면
이번엔 돌아올 수 없을지도 몰라.”
그 형님들이 건넨 술잔 하나,
용돈이라며 건넨 몇십만 원,
그 안엔
달콤한 독이 숨겨져 있다는 걸
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.
내가 버텨야 할 건
세상이 아니라
나 자신이라는 걸.
그 순간
부모님의 얼굴이 떠올랐다.
무너져도 묵묵히 버텨준 가족,
그들이 원하는 건
내가 뭔가 대단한 걸 이루는 게 아니라
그저 평범하게, 남들처럼 살아주는 것이었다.
그래서,
나는 용기를 내어
그 손을 뿌리쳤다.
말로는 쉽지만
정말 어려운 일이었다.
그 선택 하나에
내 삶의 방향이 바뀌는 걸
나는 알고 있었다.
그날 밤,
나는 거울을 보며
내 눈을 들여다봤다.
거기엔
한 번은 망가졌지만,
두 번은 무너지지 않겠다는 눈빛이 있었다.
어둠은 언제든 다시 손을 내민다.
익숙하고, 따뜻하고,
현실적이고, 무섭도록 편하다.
하지만
나는 안다.
그 손을 잡는 순간
내 인생은 다시 거기서 멈춘다는 걸.
이젠
그 손을 외면할 수 있는
나만의 강함이 생겼다.
✍️ 다음 화 예고
8화: 떠나다 – 막노동 두 달, 필리핀행 비행기 티켓
“어둠을 끊고, 가방을 쌌다.
영어 하나라도 제대로 배우고 싶어서.”