2025. 4. 9. 07:07ㆍ카테고리 없음
철창 속의 철창
영어의 몸이 머무는 그곳은
단지 자유를 빼앗긴 공간이 아니었다.
그 안에 들어간 순간,
사람은 본능과 싸우게 된다.
규칙, 감시, 반복되는 하루
그리고 그 속에서
내 안의 야수가 조금씩 꿈틀대기 시작했다.
나는 거기서 운동을 했다.
하루 팔굽혀펴기 1,000개.
AB슬라이드도 없었기에
PT병에 물을 담아 근력 운동을 했다.
그리고 영어 공부.
나를 도와준 서울대 출신의 한 사람이 있었다.
그의 도움을 받아
매일 단어를 외우고, 문장을 따라 읽었다.
하지만 나이는 거짓말하지 않는다.
늦은 나이에 시작한 공부는
머리에 들어가도
돌아서면 흘러나왔다.
그게 너무 답답하고
어쩔 땐 서러웠다.
그런데 어느 날,
그 사건이 일어났다.
작업반장이
나에게 뭐라 욕을 했던 것 같았다.
별일 아닌 말이었을지도 모른다.
하지만
그날따라 내 안의 감정은 가득 차 있었고,
죽먹이가 나가버렸다.
그 한순간의 반응.
참았어야 했는데,
이미 늦었다.
그 일로 나는
감옥 안에서도 또 다른 ‘처벌’을 받았다.
철창 안에서 다시 철창 속으로.
더 작은 방,
더 많은 침묵,
더 차가운 시간.
그 안에서
나는 나를 다시 돌아봤다.
나는 특수부대 안에서도 특수부대를 버텨낸 사람이었다.
지옥 같은 훈련도 견뎌냈고,
어둠의 세계도 살아냈고,
죽을 만큼의 상황도 이겨냈다.
그런데도
이 작은 말 한마디에 무너져버린 나.
인생은 참 쉽지 않다.
아무리 단단해도
감정 하나에
다시 부서질 수 있다는 걸
나는 그 철창 속의 철창에서 배웠다.
“참아야 하는데 말이지…”
그 말이
지금까지도
가끔, 내 마음속에서 되뇌어진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