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📘 내 이야기 – 4화

태양을 지배 2025. 4. 9. 06:40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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유혹 – 조직이라는 또 다른 전쟁

 

세상이 무너졌다.
IMF, 부도, 경매, 가족의 눈물…
모든 걸 잃고 나니
나는 나 자신도 잃어버린 것 같았다.

그때
낯익은 사람들이 다시 내 앞에 나타났다.
예전 형님들이었다.
나를 봤고,
말없이 내 어깨를 두드렸다.

"같이 가자."
그 말 한마디에
내 안에 남아있던 마지막 저항도 무너졌다.
돈이 필요했고,
나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다.
내 손에 남은 건
그들과의 인연뿐이었다.


다시 시작된 조직 생활.
말 그대로 어둠이었다.
돈은 돌았고,
사람도 모였고,
술, 룸싸롱, 나이트,
화려함과 혼돈 속에서 나는
조금씩, 천천히 무너지고 있었다.

처음엔 단순한 용돈이었다.
형님들이 챙겨주는 몇십만 원.
그 돈으로 술도 사고, 옷도 사고,
겉으로는 아무 문제 없어 보였지만
마음은 점점 더 깊은 늪으로 빠져들고 있었다.

그 생활은 몇 년이나 이어졌다.
시간 감각조차 흐릿해졌다.
밤이면 술에 취하고,
낮이면 눈만 뜨고 살아가는 삶.


그런데 어느 날,
문득 느껴졌다.
“이 길의 끝은 또다시 영어의 몸이겠구나…”
감으로 알 수 있었다.
이미 한 번 경험해봤으니까.

그러던 중
시골 부모님 소식을 들었다.
땅을 잃고,
삶의 터전을 잃고,
남은 건 조부님의 약간의 재산뿐.

그 재산을 지키기 위해
농사를 지으며 빚을 갚고 계셨단다.
자식이 세상에서
그저 평범하게만 살아주길 바라는 마음.
그 소식을 들은 날,
나는…
거울 앞에서 처음으로
눈물을 흘렸다.


그래서 결심했다.
이제는 정말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.
그 길이 아무리 멀고
아무리 더뎌도
어둠은 끝내 날 삼켜버릴 테니까.

나는 가방을 쌌다.
두 달간 막노동을 하며
여비를 모았다.
그리고 그 돈으로
필리핀행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.

영어 하나라도 제대로 배우고 싶어서.
내가 영어 공부하던 그때,
그 미완의 약속을
이번엔 끝내보고 싶었다.

그렇게,
나는 또다시 떠났다.
진짜 다시 살아보기 위해.


✍️ 다음 화 예고

5화: 필리핀 – 낯선 땅에서 다시 시작하다
“공항에 내리자마자 물어보더라. Why do you come here? 그 순간, 내가 정말 어디에 서 있는지 알게 됐다.”